exhibitions 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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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미럴스페이스》

Nimiral Space

스페이스 미라주 개관전 

《니미럴 스페이스 Nimiral Space》


  1. 2022. 11. 24(목) – 12. 08(목)

 

스페이스 미라주

서울 중구 을지로 130-1 401호

 

기획 : 스페이스 미라주

참여작가 : 구지언, 김민선, 이호진, 조은후

글 : 김민선

그래픽 디자인: 조은후

사진: 이행진

 

Space Mirage opening exhibition 

Nimiral Space

 

2022. 11. 24(Thu.) – 12. 08(Thu.)


Space Mirage
401, 130-1, Eulji-ro, Jung-gu, Seoul


Curated by : Space Mirage

Artists :  Jiun Koo, Minseon Kim, Hojin Lee, zozo

Text : Minseon Kim

Graphic design : zozo
Photo : Haengjin Lee

     인터넷 밈(meme)으로 부유하는 공간들이 있다. ‘리미널 스페이스’는 시각적으로 익숙하지만 묘하게 낯선 공간, 그래서 불안감과 두려움을 비롯해 어딘가 언짢아진 느낌의 공간을 가리킨다. 자욱한 먼지가 공기와 구분 없이 날리는 거구의 창고, 끝도 없이 이어지다 어둠에 삼켜지는 복도, 푸른 어둠이 내려앉은 익명의 방. 이 같은 이미지의 나열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게임 유저의 공포심을 유발하는 가상 세계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국내의 몇몇 풍경도 해외 사이트에서 호응을 얻었는데, 을지로도 그 중 한 곳이다. 낡음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곳, 벗겨진 시멘트 아래에 반짝이는 조명들과 가녀린 골목들이 그렇게 ‘리미널’ 하다고들 한다. 몇몇 한국인 유저들은 이 현상을 조롱하며 ‘니미럴 스페이스’라고 부르기도 했다.


     ‘리미널’은 본래 문지방을 뜻하는 라틴어 ‘리멘(limen)’에서 파생하였으며, 인류학적 개념으로 발달하였다. 제의의 마법이 통했던 시절부터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통용되는 이 용어는 개인이나 문화적 집단의 실존적 변화가 일어나는 시공간 상태를 뜻한다. 이 상태에서는 기성 질서의 지배가 유효하지 않다. 정상적인 규범과 행위 양식에서 벗어나거나, 당연하게 여겨온 관습의 틀을 깨는 새로운 사고가 가능해진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사회적 중간, 즉 문지방에 서게 된 사람들¹은 어떠한 사회적 역할과 의무에도 얽매이지 않은 채 틀을 해체하고, 뒤섞어 보고, 창조를 시도한다. 그들은 기존의 세계관을 전복하고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하는 힘을 가지고 문지방을 넘어간다. 하지만 리미널 스페이스를 넘어간 사람들은 환영받지 못한다. 지배계층에게 굳건한 질서를 흔드는 힘은 언제나 니미럴²하기 때문이다.


     《니미럴 스페이스 Nimiral Space》는 변혁적인 힘은 사라지고 언짢은 감각만 남은 스펙터클에서 벗어나, 리미널 스페이스의 원본에 천착하여 납작해진 공간의 의미를 팽창시켜본다. 이 전시는 미라주가 물리적인 전시 공간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포함한다. ‘시각예술이 작동하는 방식을 빌려와 기성 질서에 반하는 대안적인 상상을 지지하는 공간’에서 니미럴 스페이스는 스펙터클에 대한 또 다른 복제가 아닌 뒤집힌 세계관을 표방한다. 이 세계는 비약적인 상상력만으로 도달하는 곳이 아니다. 현실과의 충돌이 빚어낸 균열들을 좀 더 비집고 들어가 파낸 함정 같은 곳이다. 전시의 참여 작가들은 세계관이 만들어질 때 중심축이 되는 종교적 알레고리를 비틀어 우리의 현실에 크고 작은 균열을 낸다.

 

 

     조은후는 ‘내면 수련 아티스트’ 조조를 파견한다. 조조는 불행감별사와 최초로 감응했으며 그의 대행자로서 철저한 강령을 지킨다. 그는 불행을 재단하며 사회질서의 기강을 바로잡고자 한다. 불행을 체계화하고 도식화하기 위한 666개의 문항, 확신에 찬 조조의 눈빛, 그리고 불안을 강요하는 설교 등 작가가 재현한 이미지는 괴기스럽지만 익숙하게 수용할 수 있다. 그만큼 조은후는 종교/사이비의 온상을 실감나게 반영하였다. 작품의 패러디는 신념과 광기의 경계를 흐리며 광기로 폄하되어 온 배제된 발언과 힘을 다시금 살피게 한다.

 

 

     미라주는 앞으로도 이 공간이 익숙함과 충돌하기를 기대하고, 균열의 진원이 되길 바란다. 을지로의 오래된 건물에 하얗게 뚫린 함정처럼 니미럴 스페이스는 계속 펼쳐질 것이다.

 

글 김민선

1 문화인류학자 빅터 터너는 문지방 경험 중인 사람들을 설명하기 위해 ‘문지방 사람들(threshold people)’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Turner, Victor, The Ritual Process, Chicago, Aldine Publishing Company, 1969

2 국립국어원은 니미럴의 어원이 분명하지 않다고 답변하였고, 국어사전에는 언짢을 때에 불평스러워 욕으로 하는 말인 ‘제기랄’의 전남식 방언이라 나온다. (욕에서 ‘어머니’를 지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