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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풀이》 

Salpuri

프로젝트 간(姦) 기획전 

《살풀이》


2022. 02. 25(금) – 03. 08(화)

 

RASA

서울시 관악구 관악로29길 2 3층

 

참여작가 : 구지언, 김현지, 정두리, 조은후

기획 : 콜렉티브 백주한 (김민선, 이유진, 임나영)

 

도움 : 남민오

 

Project GAN second group exhibition 

Salpuri


2022. 02. 25(Fri.) – 03. 08(Tue.)


RASA

3rd floor, 2, Gwanak-ro 29-gil, Gwanak-gu, Seoul


Artists : Jiun Koo, Hyunji Kim, Duri Jeong, zozo

Curated by : Collective Baekjuhan (Kimhan Minseon, Yujin Lee, Nayoung Im)


Supported by : Minorichar

너와 구별지어진 우리의 삶에는 살(煞)이 끼어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너희가 느끼지 못한다고 시기하여 괄시하던 힘으로 판을 벌였다.  

무시당하던 신을 큰 소리로 부르고, 그의 흥을 북돋우기 위해 날 선 작두 위를 과감히 뛰었다. 

오색찬란한 천들을 두르고 휘날리며 우리의 한(恨) 앞에 너희가 무릎을 꿇고 절하게 하였다.

그리하였더니, 너희는 우리에게 옹졸한 잣대를 들이밀었다.

그 잣대는 이것과 저것을 구분하는 기준이 아니라

네 것과 ‘네 것이 아닌 것’이라 하여 반대편에 있는 모든 것을 밀어내 버리는 폭력이었다. 

만신을 끌어내리고 우리의 신들은 종교가 아닌 풍속으로 천대하며 우리의 믿음을 미신으로 치부했다.

이 사실은 무수한 서사를 비틀어 온 역사의 한 꼭지에 불과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싸함을 느끼는 여성의 ‘촉’을 발휘하여 자신 스스로를 지키고 있다.

이제 이 기묘한 힘의 원천을 톺아봄으로써 격조된 역사와 두려움을 전복하고자 한다.

     프로젝트 간(姦)의 두 번째 전시 《살풀이》는 여성 서사를 ‘다시-쓰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살풀이에 천착한다. 살풀이는 살을 예방하거나 풀기 위한 무속에서 나온 제의적 성격의 춤에서 유래한다. 그러나 이는 가부장 제도의 배척, 새마을 운동의 미신 타파 등 탄압의 역사를 피해 기방에서 교방춤으로, 그리고 오늘날의 무형문화재로 변천하며 예술의 영역에서 살아남았다.단정한 쪽머리에 비녀를 꽂고 백색의 치마저고리를 입은 춤꾼은 길고 가는 흰 명주 수건을 몸에 감거나 풀어 유려한 선을 그린다. 이 몸짓은 무구(巫具)를 은유하는 흰 벽과 천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기방 여성들의 한 맺힘과 해소의 표현으로 나타나며, 나아가 위력적이고 경건한 살풀이의 정동을 소환한다.

 

     이번 전시는 여성의 삶에서 전체적인 사건들로 발현하여 실체화된 살에 주목한다. 전시에 참여하는 구지언, 김현지, 정두리, 조은후는 여성 신화의 몰락, 성형 트라우마, 여고생 괴담, 여아 감별 낙태 등을 다루며 쉬쉬하던 삶의 주인공들을 한자리에 모은다. 세대와 신체의 구분을 횡단하려는 시도는 억겁의 시간을 넘어 산과 우리를, 나이를 막론한 여성들을 연계한다. 폄하된 주체들은 서로를 보듬어 각자의 삶에 끼어 있는 살이 닮아 있음을 확인하고, 비극적 대물림을 끊어내는 살풀이를 치르려 한다. 작가들이 풀어내는 여성의 살은 운수에 따른 것이 아니라 혐오가 만들어낸 실재이다. 억눌린 목소리를 덮어쓴 이들의 제의적 춤이 지워진 존재들을 불러일으키는 환희로의 승화가 되길 기대한다.

 

글 백주한(김한민선, 이유진, 임나영)

 

사라진 여성을 복원하는 회화적 애도 작업

 

     조은후는 기억과 회상을 방법론 삼아 부재와 상실의 역사를 복원한다. 8-90년대 성행했던 ‘여아 감별 낙태’에서 살아남은 끼인 둘째 여자아이이자 데이트폭력 피해자의 유족이기도 한 작가는 자신이 포함되지 않은 유년 시절 가족사진 속 배경에 주목한다. 초점이 맞지 않아 흐릿한 주위 사물과 풍경, 사진이 찍히던 당시의 상황은 과도하게 확대되어 추상과 같은 형상을 띤다. 이처럼 형성-배경 관계를 전복하려는 시도는 플래시 불빛에 의해 또 다른 국면을 맞는다. 사진 표면에 비추어보는 플래시 불빛은 형상이 아닌 배경에 맺히기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존재, 즉 수많은 여성 혐오 사건에서 살아남지 못한 여성들을 환기한다. 작가가 자신의 유년 시절의 부재를 직면하고, 한켠 비켜선 자리에서 부유하는 유령을 회화적으로 재현하려는 시도는 사회적 죽음을 맞이한 여성들의 혼을 위로하는 진혼곡이 된다.

 

글 임나영